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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야기/대회참가 후기

제12회 영주소백산마라톤대회 후기

by hoyangi 2014. 4. 15.


마라톤이 취미가 되고 몇년동안은 평생 언제 그곳에 가보나? 라는 생각으로 충청권까지는 편한 마음으로 지방 대회에 참가하곤 했었는데 특별한 의미가 없어지면서 최근 몇년동안은 몸이 편한 곳만 찾아 다녔다. 


올해는 개인적인 목표인 풀코스 10회(서브-3 5회)에 맞춰 일정을 잡다보니 오랫만에 지방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영주대회를 선택한 특별한 의미는 없었고.. 단지 힘든 코스라는 말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 목표기록 서브-3


 

- 날씨 : 영상 7

- 신발 : 미즈노 웨이브 스페이서 AR4

- 배번 : 150

- 공식기록 : 2시간 58분 05


 

▶ 대회 준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이후 참가하는 대회 간격이 너무 짧아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 지 막연해 하고 있다. 몇몇분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결국은 운동량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말씀들..


이번 주 대회는 휴식기간이 일주일 밖에 없었지만 조깅이라도 길게 하고 참가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뛰지 못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당일 몸상태에 맞는 페이스로 30~40분 조깅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 체력적으로 부담스럽더라고 12~15km정도의 긴 조깅, 5~7km정도 짧은 지속주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한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 대회 전날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주최측 셔틀버스 출발시간이 부담스러워.. 고민하다 동행할 클럽회원과 함께 가기 위해 인근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나서기로 했다.


잠이 부족할 것 같아 낮잠을 잤지만 눕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하는 회원 옆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 맞춰둔 알람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부족한 잠은 셔틀버스에서 보충할 생각이었는데 편하게 잘 수 없었다.


아침은 전날 준비한 떡으로 대회 출발 2시간 30분 전 휴게소에서..

 

 

▶ 출발

 

막연하게 코스 중 긴 언덕구간 2km가 있다는 것과 전체적으로 힘들다는 얘기 밖에 대회에 대한 정보가 없어 어느 구간이 부담스러울지 코스 경사도를 보고 부담스러운 구간인 16~18km, 34~35km지점을 머리 속에 넣고 가볍게 준비하고 출발선에 섰다.


 

* 출발  10km 4:01 7:57 4:21 4:15 4:09 4:09 4:05 4:21 4:11    41:32초

 

몸상태가 좋지 않아 혼자 레이스를 끌고 갈 자신감이 없어 평소 페이스 좋은 분 뒤에서 가능한 길게 붙어 갈 생각이었다.


지난 동아마라톤때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은지 힘들게 완주하고 지난 주 대회도 불참한 아식스 블루러너 xxx씨가 참가해 지금 상태라면 따라가도 괜찮겠다.. 라고 생각하고 뒤에 붙었다. 


운동장을 빠져나와 내리막구간이어서 구간 기록이 너무 빨라 후반 레이스를 위해 페이스를 줄이고 싶은데 한번 떨어지면 쫓아가지 못할 것 같아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끌고 갔다.


4km구간을 지나면서 맞바람을 심하게 맞게 되고 5km구간을 지나면서 언덕구간이 이어지니 앞선 분 페이스가 자꾸 떨어지는게 느껴진다. 앞서고 싶은데 처음으로 한달 사이 3번째 참가하는 풀코스 참가 경험이 없어 후반에 어떻게 될지 막연해 자신있게 밀고 나가지도 못했다.


7~8km지점을 지나면서 페이스가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 치고 나가 앞선 그룹에 붙으려고 몇번 시도했는데 잠시 앞서다 맞바람에 다시 뒤로.. 몇번 하다보니 페이스가 무너지는 것 같아 편한 내 페이스로 가기로 결정.. 


10km 체크 포인트를 지나면서 함께 있던 두분을 앞질러 본격적으로 혼자 레이스를 하게 됐다.

 

 

* 10  20km - 8:36 4:06 4:17 4:31 4:36 4:05 4:20 4:14 3:55    1:24:18초

 

아침과 다르게 올라간 기온 때문인지 몸상태가 좋지 않은지 11km지점을 지나면서 몇몇분이 포기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회 간격이 짧아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운데 이런 모습을 보니 빨리 포기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스물스물.. 처음 뛰는 코스여서 막연하게 앞만 보고 뛰어야 되는 상황.. 20여미터 앞선 주자만 보고 뛰어야 하는 상황에 지겹기도 하고..


15km구간에 조금 긴 언덕구간이 있어 이곳이 경사구간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16km구간쯤 선비촌 앞을 지나 선비촌수련원 초입에 들어서니 본격적인 언덕구간이 시작된다.


전날 차로 다녀온 분의 얘기로는 부담스럽지 않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고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쯤이면.. 이쯤이면.. 끝나겠지 하는 언덕구간이 계속된다. 초입은 살짝 곡선구간이어서 코스가 시야에 없어 괜찮았는데 18km 표지판이 보일쯤엔 이제 다 왔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18km 표지판을 지나서도 보이는 막연한 언덕..


후반 코스도 이 정도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 왼쪽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슬슬 걱정도 되고..


다행히 많이 밀리지 않고 언덕구간을 지나니 소백산 정상이 내 시선과 일직선이 있다. 어제 저녁 내린 눈에 능선은 눈으로 덮여 있어 더없이 좋은 풍경인데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머리 속엔 소백산 가고 싶네..


다시 1km 정도는 내리막 경사가 심해 발바닥이 부담스러워 페이스를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언덕구간보다 더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했다. 

 


* 20  30km 5:00 7:34 3:59 4:05 4:02 4:04 4:05 8:22  2:05:32

 

21km 반환점을 지나면서 기록을 보니 1시간 29분 초반..


앞선 구간 페이스가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늦게 반환을 한 것 같아 오늘은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195m 포함되서 구간 기록이 늦을거야.. 위안도 하고.. 


다행히 22~23km 구간기록이 잘나와 거리표시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고 앞선 주자만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갔다.


28km지점을 지나 두번째 반환점을 향해 가면서 선두권과 마주쳤다. 나즈막히 내리막이 이어지는데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가 고비겠구나.. 라는 생각에 오늘 승부처는 여기..


반환하면서 순위를 보니 11등으로 반환을 했다. 지방대회여서 조금 입상 욕심을 가지고 왔는데 11등.. 한명을 추월해야 하는 상황..

 

 

* 30  40km 4:03 8:26 4:31 4:08 4:17 4:16 4:22 4:10 4:46  2:48:05초

 

2차 반환점 구간을 돌아 반환점 초입구간 교차로를 지나면 30km 급수대까지 은은한 내리막구간이 이어지는데 시야가 넓어 멀리까지 코스가 모두 보인다. 슬슬 체력이 떨어져 가는데 멀리 보이는 주자들을 따라가야 하는 부담감과 불편했던 왼쪽 햄스트링도 슬슬 신호가 오기 시작..


급수대에서 물이라도 뿌려 몸을 식히고 싶은데 친절한 대회 지원 덕분에 급수대마다 잡은 컵들이 모두 단백질 음료들 뿐이다. 게다가 어쩌다 물컵이라도 하나 잡으면 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이 컵에 물을 딱~ 반씩만 채워둬 충분히 마시지도 몸에 뿌리지도 못했다. 


2.5km구간마다 급수대가 있는 데 모두 이런 상황이어서 32.5km 급수대에선 더 이상 왼쪽 햄스트링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단백질 음료병을 집어 다리에 뿌렸다.


우려했던 33~35km 언덕구간은 앞선 구간과 다르게 시원한 코스 경치에 힘들지 않게 넘을 수 있었다.


37.5km 지점을 지나면서 초반에 앞서 있다 뒤로 처진 분이 빠른 페이스로 치고 나간다. 순간 울컥하는 심정에 붙고 싶은데 언제 멈출지 모를 몸상태에 마음 편하게 보내주기로 하고..


 - 다행히 30km 지점을 지나면서는 낮은 오른막/내리막 구간이 반복적으로 나와 덜 지루함..



* 40  42.195km  4:28 5:03     2:58:05초

 

39km 지점부터 이어지는 긴 언덕구간을 지나 40km구간 기록을 확인하고 조금 여유를 찾았다. 순위도 9위라는 말에 힘도 조금 나고..


40km지점부터 길게 이어지는 벚꽃나무길을 따라 41km 언덕구간을 내려와 운동장이 보이기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소리를 질렀다. 왜 이렇게 뛰고 있는지..


운동장 초입을 지나 200여미터 언덕을 올라가면서 이제 다음 대회에서는 이렇게 힘들게 뛰지 않아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골인..



▶ 마치면서..

 

지난 주 MBC아디다스한강마라톤때부터 대회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사소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있었다.


불편한 몸상태에 맞춰 준비한 테이핑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소한 일 때문에 출반 전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출발에 앞서 서두르는 어수선한 모습도 보이고..


이번 대회에서는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출발 전까지 가능한 혼자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생각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 대회 준비하면서 머리 속에 계속 남았던 대회 간격이 짧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다. 


몇몇분께 들은 애매한 운동량에 대한 댓가를 겪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운동량을 늘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부담없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웨이트가 좋은 대안이라는 결론..


지난 MBC아디다스한강마라톤에서도 상체, 고개가 뒤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같은 모습이었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는 자세를 바르게 가져갈 수 있어 후반 체력 부담없이 자신있게 페이스를 가지고 갔는데 이번 두 대회에서는 제대로 페이스를 끌고 나가지도 못하고 초반부터 후반 체력부담을 걱정하면서 뛰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