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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야기/대회참가 후기

2014 MBC 아디다스 한강마라톤 후기

by hoyangi 2014. 4. 2.


머리 속에 잘 뛰고 싶은 5개 대회 중 하나인 대회..


2년 전.. 이 대회에서 다시는 대회장에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고.. 아직까지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어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매년 서울국제마라톤을 다녀오면 개점휴업하는 운동 패턴에 매번 힘들게 다녀오고 있지만 그래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국제마라톤을 잘 준비해서 더 기대를 가지고 참가했고..


- 목표기록 2시간 57~58분대


- 날씨 : 영상 18

- 신발 : 미즈노 웨이브 스페이서 AR4

- 배번 : 1762

- 공식기록 : 3시간 11


▶ 대회 전날


전라남도 순천에 사촌 여동생 결혼식이 있어 새벽 6시에 집을 나서 돌아오니 저녁 9시.. 서울에서 내려가는 일행 수발 준비했던 작은 아버지가 도착하자마자 시골집에 몇일 다녀오신다며 모든 일을 나한테 넘겨 하루종일 이리저리 뛰어 다닐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하루종일 내리는 비에 구두 신고 뛰어 다녔더니 발도 불편하고.. 돌아오는 길은 꽃구경 다녀오는 관광차량에 거하게 한잔하신 친척들의 노래소리에 부족한 잠도 채우지 못했다.


집에 도착해 저녁식사, 씻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면서 알람을 맞춰두고 누웠는데 눈을 뜨니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20분이 지났다. 너무 피곤했는지 알람까지 끄고 늦잠을..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헐레벌떡 일어나 양치, 세면하고 준비해둔 가방만 들고 택시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


대회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요즘은 참기름 때문에 잘 먹지 않은 절편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어제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아침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나머지..


...


어수선한 대회장과 몇몇 지인들과 인사는 하고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 제대로 몸도 풀지 못하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것으로 스트레칭을 대신하고, 테이핑 부스에서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왼쪽 햄스트링 테이핑하고 출발선으로..



▶ 출발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무리한 것 같아 이번엔 가능한 오랫동안 서브-3 페이스메이커에 붙어 간다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 출발  10km - 4:12 4:16 16:36 4:08 8:20 4:10


올해도 매년 보던 분들이 출석부 도장 찍듯이 출반선 앞에 섰다. 나름 자신감은 있어 지난 대회 얘기, 오늘 계획 나누면서 출발..


초반.. 비슷한 기록대 분들과 함께 무리지어 나가는데 몸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끌려가는 기분이 들어 잠시 서브-3 페이스메이커 앞에 섰지만 부담스러워 다시 주자들 속에 뭍혀 경정장을 빠져 나갔다.


첫번째 급수대를 지나기 전부터 높은 기온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집을 나설 때부터 있던 두통도 조금 심해지는 것 같아 급수대 물을 머리, 목덜미에 뿌리기 시작했다. 


6~7km지점을 지나면서는 15km/하프코스 상위 기록대 주자들이 풀코스 선두권 주자들과 경쟁하려고 하는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 게다가 서브-3 페이스메이커 페이스가 들쑥날쑥해 몇몇 주자들과 페메 앞에 나섰다.



* 10  20km - 4:20 4:07 4:26 4:09 3:56 4:13 3:57 4:29 3:53 8:21   21km/1:27:39초


15km코스 반환점을 지나면서 넓어진 주로로 나오는데 올해도 역시 맞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평소 기록을 알고 있는 분 뒤에 붙어 가는데 그 분도 부담스러운지 나를 의식하는 것처럼 보여 옆으로 붙었다. 


5km지점을 지나면서 부터 오늘 너무 힘들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데 이쯤이면 몸이 풀리겠지.. 이런 생각을 계속해 보지만 몸은 풀리지 않고 계획했던 페이스에 맞춰 억지로 끌고 가는 기분뿐이다.


13km지점쯤 페이스메이커에게 잡히게 됐는데 구간 기록을 보니 너무 빠르다. 거리표시 얘기를 하는데 내가 느낀 페이스 감각은 너무 빠르다. 구간 기록을 보니 역시 빨랐지만..


15~16km 경사구간을 편하게 넘어 내리막에 접어 들면서 서브-3 그룹에 있던 몇몇은 치고 나가는데 언제 멈출지 모를 몸상태가 걱정이 되서 페메 뒤에 떨어지고 꼭~ 붙었다.



* 20  30km - 8:21(1/2) 12:51 4:07 4:27 3:57 4:16 4:11 4:34


오늘 승부구간을 22~24km 경사구간이라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의외로 편하게 넘었다. 25km급수대를 지나면서 페메를 앞서게 됐고..


출발부터 부담스러운 몸상태에 타협하고 끌고 왔는데 후반에 오히려 몸이 좋아지는 상황에 욕심도 생기고 페메가 뒤에 있어 앞선 주자에게 붙어가면 오늘 목표했던 기록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 30  40km - 4:12 4:18 4:26 4:17 4:21 4:23 4:24 4:14 4:53 5:26


팔당댐 앞을 지나 긴 언덕구간에서 잠시 페메에 잡혀 따라 갔지만 페이스는 떨어지지 않아 마지막 경정장 구간 운영에 대해 생각했다.


경정장 구간거리를 정확히 보지 못해 페메에게 물어보니 모르겠다고 하고.. 언덕구간을 지나면서 페메에 앞서게 됐고..


35km 급수대를 지나면서 남은 기록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고 앞선 주자가 아는 분이어서 다음 주 대회에서 다시 만나게 될 얘기하면서 분위기를 환기 시켜보려고 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35km급수대를 지나면서 긴 직선주로가 이어지면서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앞선 주자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는데 남은 시간을 계산해보니 그래도 여유가 있는 상황으로 경정장에 진입..


37.5km지점을 지나는데 급수대가 주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더운 날씨에 모든 급수대, 스펀지 구간에서 물로 몸을 식혀 가면서 왔는데 반대편으로 가는 것도 힘들어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그만.. 이라는 신호가 오기 시작.. 주로에는 하프코스 후미주자들이 주로를 막고 있고 다리는 언제 근육통이 생길지 모르는 상태.. 


지난 급수대에서 몸을 식혔으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라는 후회하면서 그래도 여유가 있어 힘을 내보는데 몸이 의지와 다르게 스르르 멈춰버린다. 


주로 한켠에 허리 숙여 멈춰 있는 나를 보며 "뛰어~"라고 지나치는 주자의 말에 본능적으로 다시 뛴다. 39km지점을 지나 하프코스 주자 손에 들린 물병을 얻어 몸에 뿌려 보지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


그래도 5분 페이스만 가면 되는데.. 몸은 다시 스르르 멈춰 버렸다.



* 40  42.195km  - 9:06


기록은 포기하고 몸이라도 편하게 들어가고 싶어 걷기 시작하는데 바로 앞에 40km 급수대가 있다. 이온음료 듬뿍 마시고 물을 몸에 뿌리면서 시계를 보니..


2시간 51분 09초..


뛰면 된다. 라는 생각보다 몸이 앞서 뛰기 시작.. 입에서는 온갖 욕과 씩씩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이쯤이면 결승선이 보이겠지.. 보이겠지.. 하는데 멀리 보인다. 그런데 결승선이 아닌 결승선 코스 유도를 위한 아치..


결승선 코스로 진입해 결승선을 몇백미터 앞에 두고 저 거리를 몇초에만 뛰면 되는데.. 되는데.. 하며 마지막 힘을 쓰면서 골인..



조금 늦은 3시간 11초로..



▶ 마치면서..


기록.. 아쉽지만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하니 쉽게 받아 들여진다. 하지만 항상 머리 속데 넣고 있는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내 모습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전날 준비도.. 대회장에서 준비도.. 스트레칭도.. 아침 식사도..



5km지점을 지나기 전부터 오늘은 힘들겠다. 라는 생각을 지우고 끝까지 최선에 가깝게.. 2년 전에 다짐했던 약속을 지킨 나에게 칭찬도..





- Last Updater by 4. 23일


서울국제마라토대회 후 2주간의 간격이 도움이 될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대회 후 3~4일이 지나면서 2008년 당했던 왼쪽 햄스트링 부위에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통증은 없었지만 묵직한 기분.. 오금 위쪽 햄스트링 부위까지 묵직하면서 힘이 붙지 않는 느낌이 들어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로 대회에 임했던 것 같다.


이전처럼 이 대회가 상반기 마지막 대회였다면 무시하고 준비를 했을텐데 이어지는 대회 일정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대회 페이스감각만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었다.


대회 참가 후 조깅 거리/시간을 늘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