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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야기/대회참가 후기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 및 동아마라톤 후기

by hoyangi 2012. 3. 20.

 

달리기 시작한 지 딱 5년.. 5년 중 가장 자신감을 가지고 임했던 대회..

 

 

2007년 첫 풀코스였던 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금년이 딱 5년째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저에게 툭~ 던진 독립군의 한마디.. "마라톤은 풀코스고, 서브-3를 해야 한다"

 

그 한마디에 달리기가 6년차로 접어듭니다. 그만 뛰고 싶다.

 

 

- 날씨 : 포근

- 신발 : 미즈노 웨이브 스페이서 AR

- 배번 : 79007

- 공식기록 : 2시간 59분 32초

 

  

대회준비

 

어물쩡 2009, 2010년 서브-3.. 조금 익숙해졌다고 느낀 2011년엔 큰 기대를 가지고 운동을 했었습니다. 이유는 마라톤 5년차까지 기록이 잘 나온다는 말에..

결과는 2011년 첫 대회였던 서브-3대회를 시작으로 서울국제마라톤, 춘천, 중앙마라톤 모두 쓴 맛을 보고 이젠 편하게 뛰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는데 다들 아시는 새천년마라톤클럽 내 이벤트로, 한번 더 준비를 해보자는 각오를 다지며 작년 12월부터 준비해 왔습니다.(기존 최고기록 2:56:57초)

1차 목표는 월 350km 수준의 운동량에 249, 2차 목표는 52~54분 정도로 현실적으로.. 배수진으로 서브-3로..(12월 운동량 240km, 1월 220km, 2월 205km)

 

 - 목표했던 운동량은 언제 채워볼 수 있을까요? 저 또한 열심히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월 운동량이 저보다 많은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다행스럽게 지난 겨울은 눈도 적게 내렸고, 날씨도 좋아 운동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는데, 예년과 달리 운동의 열정이 많이 시들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이전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운동을 했었는데 금년엔 특별한 날이 운동하는 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토, 일요일 집중운동으로 운동효율을 높이기로 계획하고, 토요일은 스피드운동, 일요일은 장거리운동으로 운동방향을 잡았습니다.

 

이후 2012년 첫대회였던 서브-3대회에서 집중운동이 도움이 됐는지 몸상태, 당일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후반 체력저하없이 만족할만한 기록을 남겨 서울국제마라톤은 내심 기대를 했었습니다.

 

249는 포기했지만 현실적인 목표인 2시간 52~53분대 정도로..
 

대회 2주 전, 사랑니발치한 후 일주일 동안은 운동을 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져 남은 일주일간 몸상태가 아주 좋았습니다. 평소 운동시에 4분20초대/km 정도도 힘들게 뛰는 데 이 기간동안은 몸이 미쳤는지 4분대를 달려도 몸이 무거워진다는 느낌이 한번도 들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오히려 불안한 마음에 운동량을 확~ 줄여버렸습니다.


 

▶ 대회 전날

토요일 아침.. 방청소를 한 후 등에 담이 올라와 견갑골이 뻐근합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틈틈히 스트레칭으로 풀리기를 바랬고, 평소 절편으로 당일 아침을 해결했었는데 절편에 묻은 참기름이 거북스러워 이번엔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서브-3닷컴 이벤트로 받은 에너지바(처음 접해보기 때문에)를 미리 섭취해 봤습니다.

 

점심은 광석, 노길, 우성이 만나서 칼국수+공기밥으로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 인근 덕성여대 내 카페벤치에서 커피한잔과 수면에 도움이 되는 광합성활동하면서 휴식을 가졌습니다.


이후 저녁을 집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쉬는데 감기기운이 있는지 목이 간질거리기 시작합니다. 역시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간단히 샤워를 하고 견갑골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진통제 한알을 먹고 취침에 들었습니다.


 

▶ 출발

5시 기상.. 눈꼽도 떼지 않고 앉아서 에너지바 2개를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이벤트로 받아놨던 아미노xx 2포를 생수에 타서 조금씩 마셨습니다. 에너지바 2개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어 대회에서 받은 건바나나바를 하나 챙겨 광화문으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먹었습니다.

이래저리..  준비를 마치고 몸 풀고 계시는 249 페이스메이커인 김동욱님께 오늘 페이스에 대해 여쭤보니 이븐페이스로 가신다고 해서 1차로 객기 한번 부려보고, 조금이라도 힘들게 느껴지만 바로 페이스를 수정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 0km ∼ 5km : 20분 50초(누계 20분 50초)

작년과 달리 금년엔 명예의 전당 그룹이 별도로 분리가 되어 있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으로는 249 페이스메이커에 붙어보고 싶었지만 서브-3대회의 몸상태에 맞춰 52~53 페이스로 가기로 하고..

 

영택, 정민과 함께 출발.. 1km구간 기록은 찍지 못했는데 4분 정도.. 평소 운동시 같으면 조금 부담스러울 페이스인데도 역시 몸상태가 너무 좋아 편하기만합니다. 이러면 안되는 걸 아는데..

 

이후 500여미터를 지나면서 앞서기 시작한 249페이스메이커를 시야에 두면서 한번 붙어보기로 마음을 먹고 페이스를 유지..

 

 - 16:47, 4:02

 

* 5km ∼ 10km : 20분 17초(누계 41분 10초)

을지로구간을 돌아 7km구간을 지나면서 더 이상 249 페이스메이커에 붙는 게 무리라는 생각에 목표한 페이스로 끌기로 결정..

 

청계천구간으로 들어오면서도 몸상태가 너무 좋아서 움찔움찔.. 게다가 작년가 달리 그룹별로 제대로 출발해 주자들 혼잡도 없어서 자꾸 마음이 들썩들썩..

 

그래도 꾸~욱 참고..

 

 - 4:10, 8:02 4:03, 4:01

 

* 10km ∼ 15km : 20분 36초(누계 1시간 01분 46초)

평소 몸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라 11~12km에서 컨디션이 올라오기 시작해 항상 이 구간을 좋아했었는데 금년에 오히려 반대로 12m구간을 지나면서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고,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청계천을 돌아 올라오는 구간은 은근한 언덕이라 전체적으로 보면 조금 부담스러운 곳인데..

 

첫번째 고비.. "아~ 달리기 싫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만 더 가서 종각에서 마무리할까? 라는 생각과 함께..

 

어쩔수 없이 기분전환이라도 할겸 하프쯤에서 먹으려던 파워젤을 15km에서 섭취.. 가능한 페이스를 끌고 갑니다.

 

 - 3:58, 4:06 8:11, 4:18

 

 

* 15km ∼ 20km : 20분 40초(누계 1시간 21분 26초)

15km 급수대를 지나면서도 기분이 회복되지 않아 동반주라도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주위에 적당한 주자뒤에 붙어 봅니다. 다행히 서브-3대회에서 봤던 분이 계셔서 살짝 붙어서..

 

종각을 돌면서 매년 주로에서 힘있게 응원해주는 응원단의 힘을 받으면서 이번 대회에 첫번째 결정을 했습니다.

 

하프구간기록을 보고 완주여부를 결정하기로.. 이제부터 종아리가 움찔움찔..

 

종로구간이 내리막구간이라 조금 뒤쳐진 기록을 만회할 생각으로 근육통 여부와 상관없이 오히려 페이스를 올렸습니다.

 

 - 4:13, 4:08, 4:18, 3:55, 4:04, 하프 1:26:52초 통과(하프 최고기록)

 

* 20m ∼ 25km : 20분 51초(누계 1시간 42분 17초)

여전히 기분이 올라오진 않았지만 하프통과기록을 보니 아직까지 목표기록에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없이 페이스 유지..

 

예년엔 주자들이 많아서 신답 구간에서는 레이스분위기가 좋았는데 금년에 인도변 응원하는 분들도 적고, 왠지 적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죽했으면 평소 차로 다니면서 못했던 건물도 보이고..

 

슬슬 다시 근육통이 느껴지면서 다음 어린이대공원 언덕구간이 걱정되기 시작..

 

 - 4:08, 23초+3:45, 4:02, 8:30

 

* 25km ∼ 30km : 21분 20초(누계 2시간 03분 37초)

군자교 구간은 어떻게 빠져 나왔는데 어린이대공원을 향해 우회전하면서 보이는 언덕구간이 마음을 심난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부구간에서 힘으로 밀어부쳤기 때문에 이전부터 좋지 않았던 허리통증도 조금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늘진 곳으로 코스를 잡고 힘들었던 언덕구간을 힘들게 올라오니, 멈추고 싶은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30km구간 기록을 보고 판단하기로 하고 내리막구간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 페이스를 오히려 높였습니다.

 

29km를 지나는 긴언덕을 올라오면서 근육통은 더 심해지고, 허리통증까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30km구간 기록이 서브-3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주문은 사칙연산.. +/-, */.. 이렇게 남은 시간과 거리를 계산하면서..

 

 - 4:22, 4:20, 8:28, 4:08

 

* 30km ∼ 35km : 22분 14초(누계 2시간 25분 51초)

전체 구간 중,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던 구간입니다. 다행히 구간초입 공사구간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달리 깨끗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주자들이 많이 분산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기분과 상관없이 힘들게 페이스를 끌어보지만 역부족.. 근육통은 꿈틀꿈틀.. 게다가 앞선 주자가 아는 분..

 

그 분 신발끈이 두번이나 풀어져 주로 이탈해 끈을 묶는 걸보면서, 순간의 달콤한 휴식을 상상해 보지만 서면 다시 출발하지 못할 것 같아서 1차로.. 자봉팀까지..

 

34km를 돌아 자봉팀을 찾아 인도쪽으로 붙었는데 응원 나온 학생들 손이 주로 안쪽까지 뻗어 얼굴에 닿아 포기하고 주로 안쪽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자봉팀 발견..

 

급작스럽게 코스를 바꿔서 그런지 그 동안 참아왔던 근육통이 발생.. 응원단을 만나자마자 그대로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앉은 채 꿀물 하나 받아 먹고.. 사실 거의 먹지 못했지만.. 물컵을 찾아 체온이라도 낮출 요령으로 뒤돌아 X추(ㅡㅡ)에 물한컵 부어주고 아무 말없이 잠실대교를 향해 출발..

 

 - 4:40, 4:09 4:19, 4:24, 4:38

 

* 35m ∼ 40km : 23분 07초(누계 2시간 48분 58초)

35km급수대에서 급수를 하고 중간지점을 지나면서 다시 근육통..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주로를 벗어나 난간을 붙잡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기록을 보니 아직 서브-3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서 물컵 몇개를 들어 다리, 허리, 어깨에 뿌려주고 다시 출발..

 

짐시 가다보니 물을 너무 뿌려서 왼쪽 신발이 모두 젖어 버린 상태로, 발에는 아무 감각이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나마 잠실대교를 지나면서는 내리막구간이기 때문에 조금 수월하게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구간부터는 구간마다 사칙연산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얼마 남았으니 어느 페이스로만 가면 서브-3.. 하면서..

 

38km를 지나면서 다시 근육통.. 주로를 벗어나 인도턱에 다리를 올리기 스트레칭하고 다시 출발.. 39km를 지나면서 뒤에서 불쑥 나온 일본 주자가 제쪽을 바라보면서 큰소리로 다그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나한테 그런가? 하고 이런 놈이 다 있나? 생각했는데 다시보니 제 뒤에 있던 여성주자를 향해 다그치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잠시나마 그 주자를 보면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지 못하지만 "'야메때.. 야메때.." - 일본 x동을 너무 봤나? 아니면 제가 타락했는지 - 그러는 것만 같았습니다. ㅡㅡ"

 

 - 4:57, 4:28, 4:29, 4:34, 10:05

 

* 40km ∼ 42. 195km : 23분 07초(누계 2시간 59분 32초)

40km구간을 지나면서 기록을 보니 어느 정도 안정권.. 하지만 주로 유도를 위해 설치된 라바콘이 넘어질 정도로 강한 맞바람 불어 순간 휘청..

 

20~30m 앞에 한그룹이 있어서 묻히고 싶었은데 거리가 부담스러워 바로 앞선 주자 뒤에 붙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가 떨어지는게 느껴질 정도로 그 분도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지난 서브-3대회때 실패했던 경험이 떠올라 힘들더라고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나머지 1km표지판을 지나면서 보니 역시 그 구간에 많이 처졌는지 남은 시간 4:40초..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없이 무조건 달리기..

운동장을 들어서면서도 언제 터질지 모를 근육통을 걱정하면서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넘어져도 기어서라도 들어갈 생각으로..

 - ..., 4:12

 

 

최종기록 : 2:59:32초


마치면서..

5년 중 가장 기분 좋게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예년엔 혼자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엔 경쟁자도 있었고, 동기도 목표도 확실하게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의욕이 많이 떨어져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해결하지 않고 테크닉으로 극복하려는 요령만 피우고..

 

여하튼.. 달리기 5년차 재미있었습니다.

 

 

 - 제가 누군가(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었는데 관심의 표현으로 생각하시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십시요.

 

 

제 사진들 중 이렇게 열심히 뛴게 거의 없는데 올해는 벌써 몇장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