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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야기/대회참가 후기

2012년 2회 서브-3 마라톤 대회 후기

by hoyangi 2012. 2. 21.

 

 

 

첫 풀코스 이후 이렇게 근육통으로 고생한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열심히(?) 아니면 오기(?)로 뛰지 않았는지 자문하면서 회복주 삼아 가볍게 6km 산책 다녀와서 후기를 적습니다.

 

사실 치킨에 맥주를 한잔하고 여유있게 적고 싶었는데 치킨집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닭이 맛이 없어보였고, 두번째는 요즘 체중에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식욕이 좋아서 조금만 방심하면 훅~가기 때문에..

 

 

 

대회준비

다들 아시겠지만 동아마라톤에 의미를 두고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라톤 시작한지 딱 5년이 되는 해이고, 2011년 첫 대회를 준비하면서 2011년이 마지막으로 열심히 하는 해라고 다짐하고, 좋은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서브-3대회, 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춘천, 중앙마라톤에 참가했었는데 모두 처참할 정도로 부진한 기록을 얻었습니다.

 

아쉬운 건 기록보다 - 저는 현재 기록에 아주 만족합니다. - 너무 쉽게 포기를 했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2011년 초에 생각했던대로 2012년은 개인적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었고, 이전에 부지런히 다녔던 산에도 간혹 다시 가고 싶었는데 마라톤 늦바람이 든 박노길 회원의 모습을 보고 다시 준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단 이번에는 한단계 향상할 수 있도록.. 아마도 249를 내심 바랬던 것 같고, 현실적으로 52~54분 사이를 생각했었습니다.

 

운동시작은 춘천,중앙마라톤이 장거리운동이었다고 생각하고 쉬지 않고 이어가기로 했고, 월 320~350km의 운동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동량:12월:240km, 2012년 1월:222km, 2월 16일까지: 82km 정도 유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00km대 운동량을 생각했던 이유는 주중 3회(16km/3회) + 주말 장거리(30km이상)하면 현재 상황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년말 들쑥날쑥한 약속과 년초 추위로 인해 2/3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완책으로 평소 웨이트(윗몸일으키기, 스쿼드 등)를 꾸준히 하고, 토요일 헬스장에서 스피드연습, 이어서 무거운 몸임에도 일요일 남산 장거리운동으로 운동방향을 잡았습니다. 제가 남산에서 설렁설렁 뛴 이유를 이제 아실 듯..

 

덕분에 나름대로 지구력은 좋아진 것 같은데 자신했던 스피드는 오히려 떨어지는 것 같아서 김정한 형님이 하고 있다는 엉덩이차기 등을 수시로 해 주고 있습니다. 토요일 스포츠센터에서는 스피드연습과 자세교정에 초점을 두고..

 

▶ 대회 전날

수요일까지 좋았던 날씨가 주말까지 추워진다는 예보에 금년 대회도 기록에 대한 생각을 접었습니다. 보름동안 한 운동일수가 5일, 운동질도 하루 운동하고 나면 근육통으로 고생해 2~4일 휴식.. 그래도 뛰고 싶었던 대회라 당일 복장을 준비했습니다. 하의는 숏팬츠로.. 상의는 싱글렛과 긴팔상의까지 준비하고..

 

점심.. 평소보다 1.5배로 밥량을 늘려 머슴밥을 퍼 놓고 식탁에 앉았는데 토요일 오후 여의도에서 정모를 하는 클럽회원께서 전화해 이렇게 추운데 내일 어떻게 뛰냐? 이번엔 되겠냐? 하고 물으셔서 몸이 좋지 않은데 일단 뛰기는 하는데 기록은 기대하지 않습습니다. 라고 했더니 여느때와 같이 구사리 하시면서 - 제가 자주 포기하는 경향이 있어서 꾸중을 많이 하십니다. 사실 포기 많이 하지 않는데.. - 격려해 주십니다.

 

다시 복장준비로 긴타이즈 + 반팔티 + 버프를 더 챙겨 넣고.. 장갑도 두꺼운 걸로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 출발

대회장에 도착하니 의외로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이 정도면 좋지 않은 몸상태에서도 완주는 할 수 있겠다 하고 속으로 좋아하면서..

 

클럽회원, 몇몇 아는 분과 인사하고 출발 20분전 방송을 듣고 몸 풀기하려고 싱글렛 입고 한강변쪽으로 뛰어갔는데, 가만히 있을때와 뛸때의 기온차이가 너무 심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뛰었는데 어깨가 식어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다시 맞긴 옷봉투를 찾아 반팔을 안에 입고, 팔토시 올리고.. 벗었던 안경 다시 쓰고.. 출발선으로..

 

 

* 0km ∼ 5km : 20분 27초(누계 20분 27초)

작년에 비해 적은 인원이 참가했고, 중간그룹대가 다른 대회에 참가해서인지 작년에 비해 높은 C그룹 배정 받아, 그룹내에서 붙을 수 있는 한 붙어가고 뒷그룹을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했습니다.

 

- 이 대회를 참가하는 주자들은 어느 정도 밀고 나갈 수 있는 수준이라서 한번 떨어지면 쉽사리 따라 붙기가 어렵습니다.

 

작년엔 5km까지는 km당 표지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금년엔 보이지 않습니다. 페이스가 빠른 것 같은데 몸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서 5km까지는 붙어서 페이스를 점검하기로 하고 일단 그룹에 묻혀서 갑니다. 1.5km를 지날 무렵 뒤에 살짝 붙어 오던 영택이가 휘리릭~ 지나가고.. 속으로 올해도 지르는구나..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뒤로.. 뒤로..

 

5km 랩타임을 보니 4:05초/km 수준 생각했던 것보다 5~6초 빠른데 부담스럽지 않아서 일단 가보기로..

 

* 5km ∼ 10km : 20분 45초(누계 41분 13초)

올림픽대로 방편으로 들어서면서 햇볓이 좋았습니다. 작년엔 몸상태도 좋지 않은 상태에 맞바람을 맞아서 걱정했었는데 바람도 적고, 따뜻했습니다. 덕분에 얼었던 콧속이 녹아서 호흡도 조금 편해졌고.. 게다가 한강변보다 좁지만 코스가 좋은 하천을 따라 있어서 집중하기도 더 좋았습니다. 페이스는 이미 자발적으로 끌고 나가는 건 포기했었기 때문에 가능한 2~3명 정도의 그룹 후미에 붙어서 기생하기로 하고..

첫 5km구간이 조금 빨라서 조금씩 페이스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 10km ∼ 15km : 20분 49초(누계 1시간 02분 02초)

몸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라 11~12km에서 컨디션이 올라 올거라는 기대감을 가졌는데 의외로 한강변 공기가 차가워 체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고, 약간의 허기가 느껴져 파워젤을 하나 먹었습니다. 벌써 먹어야 하는 고민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급수대가 보여 바로 꿀꺽~

다행히 뒷편은 바람이 없어 페이스도 안정되는 가는 것 같고, 지난 6주동안 연습하고 있던 주법도 구사되는 것 같아서 머리속으로 동아마라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서..

 

* 15km ∼ 20km : 21분 15초(누계 1시간 23분 17초)

다시 한강변으로 나오면서 맞바람을 맞게 됩니다. 그 사이 7~10명 정도였던 그룹이 이탈해 바람을 막아 줄 주자도 없어 앞서 혼자 뛰고 있는 주자 뒤에 살짝 붙어서 몸을 끌어보지만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게 느껴지고, 평소 좋지 않던 허리에 부담이 오기 시작해 대회를 어디서 포기할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km 구간기록을 보니 역시 1분여 밀렸고..

 

* 20m ∼ 30km : 42분 36초(누계 2시간 05분 55초, 1:27:50초 하프통과)

다행히 20km를 지나 뒷편 구간으로 오니 역시 몸이 풀려 일단 하프기록을 보고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통과기록을 보니 개인적으로 하프 최고기록입니다. 그래서 다시 30km 구간기록을 보고 4회전으로 마무리하거나 완주하는 걸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아쉬운 건 이런 결정을 너무 빨리해서인지 27km쯤 되니 왼쪽 허벅지, 오른쪽 종아리에 근육통이 오기 시작하고 허기도 슬슬 찾아왔습니다. 2월 운동방향이 너무 좋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우려는 했었는데 결국 다리가 현재의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으로 30km까지 가자는 약속을 했으니 간헐적으로 움찔움찍하는 다리를 부여잡고 앞 선 2명을 페이스메이커 삼아 끌고 나갑니다.

 

역시 10km 구간기록은 떨어졌는데 30km까지 구간 기록이 너무 좋아 이 대회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갈 수 있는 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내년에 다시 이 대회에서 또~ 비참한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 30km ∼ 35km : 21분 47초(누계 2시간 27분 42초)

다행이 구간기록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었습니다. 4:30초/km만 페이스 유지해도 서브-3는 할 수 있고, 혹시 최고 기록인 55~56분 초반대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가지고.. 하지만 이게 독이 됐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30km를 지나면서 붙어있던 그룹이 다행히 35k까지 함께 끌어줘 심한 맞바람에도 페이스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서로 바람을 피하려고 두줄이던 그룹이 나란히 나란히.. 서로 뒤를 잡으려고 눈치보면서..

 

* 35km ∼ 42.195km : 32분 55초(누계 3시간 0분 30초)

35km표지판을 보고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 40km이후 페이스조절하기로 결정하고 앞선 주자 2m정도 떨어져 붙어서 갔습니다. 이미 다리는 정신력으로 극복할 한계를 넘어서인지 근육통과 안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간혹 제대로 다리를 올릴 수 없어서 왼쪽 다리가 끌리기도 하고, 혹시나 갑자기 심해져 넘어지면 어쩌나? 라는 우려에 페이스도 소극적으로 끌게 되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주문만 외우기 시작합니다. 다리야~ 가자~ 제발 조금만 버터줘~ 등등

 

마지막 급수대를 지나면서 극약처방으로 물컵을 들어 허벅지에 물을 뿌려 종아리가 얼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4회전까지 좋았던 뒷편 주로가 이렇게 길었는지 미쳐 몰랐습니다. 게다가 보여야 할 40km 표지판은 보이지 않고.. 언제 나오지? 생각하면서.. 힘들게..

 

마지막 꺽어지는 구간을 지나면서 주로자봉께 얼마 남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언덕구간을 돌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턴을 했습니다. 아직 내 앞에 있던 주자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페이스도 떨어진 것 같지 않고 58분 후반대에 여유있게 들어가겠다라고 좋아하면서.. 그런데..

 

결승선이 보이는 마지막 고가 아래서 시계를 보니 59분 10여초.. 거리는 400~500m 정도 남은 것 같고.. 순간 늦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시계를 잘못봤기를 빌었습니다.

 

남은 거리를 질주하면서 결승선쯤에 이르니 응원하는 분들의 아쉬움의 소리가 들립니다. 아깝다~ 아까워~

 

결승선 테이프를 지나면서 아쉬움과 함께 자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대회 같았으면 이미 포기했을 몸상태로 15km이상 자신을 다그치면서 뛰었는데 마지막 7km를 남기고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걸..

 

최종기록 : 3:00:30초


마치면서..

준비는 부족했지만 대회에 임했던 자세는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동아마라톤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은 하지만 실제로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쉬움이 많은 대회지만 좋은 경험이 됐으니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 아쉬움의 사진..

 

 

대회에서는 항상 공격적은 레이스를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왜 그랬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운동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기록에 갖혀져 가는 게 아닌지.. 여하튼 좋은 경험이었으니 앞으로도..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