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으로 변한 세상에 아직 스승의 참모습을 보여주시는 계신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스승의 모습에 감사하기에 앞서 불안한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지난 5년을 지나 앞으로 그 보다 더한 5년을 보내야 하는 암울함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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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사태 - 누가 누구를 나무라는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준구
그렇지 않아도 짜증나는 날씨에 우리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있었던 문창극 사태가 드디어 본인의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매듭을 지었습니다.
나는 정치에 문외한입니다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니 문창극 씨 본인의 위기대응 능력이 무척 부족해 보이더군요.
사후적인 분석입니다만, 그저 입 다물고 묵묵히 청문회를 준비했던들 청문회도 서보지 못하고 사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문씨가 이번 일을 계기로 아예 정치인으로 탈바꿈을 한 걸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가 사퇴 회견을 하는 걸 보니 보수논객으로서의 억지는 그대로인 걸 보고 쓴웃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회견 도중 그는 자신의 부덕을 사과하는 말을 거의 하지 않고 늘 하던 버릇처럼 남의 탓을 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보수논객 특유의 톤으로 또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치려고 들더군요.
바로 그 오만함이 오늘의 비극을 불러온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을 그는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면 민주주의가 어떻게 설 수 있겠느냐는 발언은 정말이지 가관이었습니다. 아니 그가 청문회에 서지 못하고 자진사퇴한 것이 국회 때문입니까?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청와대가 종용해서 청문회 없이 자진사퇴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는 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는 불평을 하려면 청와대를 향해 해야 마땅한 일이지요.
오늘 아침 보수신문들을 보면 아까운 사람 하나가 '여론재판'에 밀려 망가졌다는 투의 기사가 도배를 하고 있더군요. 마치 무지몽매한 군중들이 억울한 사람 하나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구도에서 여론이 힘을 쓰기나 합니까?
자기네들이 자신 있으면 여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밀어 붙이는 것이 (MB정권에 이은) 현 정권의 트레이드 마크 아닙니까?
'여론재판'이라는 것은 아무 실체가 없는 허수아비를 내걸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허황된 언사입니다. 여러분들 어디서 '여론'이라는 실체가 재판정을 열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엄밀히 말하면 그가 여론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이 아니라, 여론검증이라는 과정에서 부적격자로 판단을 받았을 뿐입니다. 국민은 당연히 국무총리 후보자인 그를 판단할 권리를 갖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검증 결과에 대해 아무도 볼멘소리를 할 자격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애당초 청와대가 국무총리 인선을 할 때 국민화합을 신중하게 고려해 그 일을 진행시켰다면 오늘의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이 현 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최대의 불만이 바로 소통부재의 독선입니다.
애당초 국민의 소리에 귀 막고 my way만 외쳐온 정권이 저지른 또 하나의 실책이 이번 문창극 사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보수언론은 이번 사태를 KBS와 진보언론의 탓으로 돌리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정반대의 방향으로 KBS가 수많은 왜곡보도를 해도 모른 척 입 다물고 있던 사람들이 한껀 잡았다는 듯이 좋아라 하고 KBS 성토에 나선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아니 우리 국민이 바보천치입니까?
KBS의 근거없는 선동에 넘어가 아무 흠결도 없는 사람을 부적격자로 몰아갈 만큼 바보인가요?
백보를 양보해 설사 당초의 KBS 보도에 어느 정도의 과장이 있었다 해도, 상황 전반을 보니 국무총리로 적절치 못한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부정적 여론이 조성된 것 아닙니까?
만약 정부, 여당이 문창극 씨의 결백을 철석 같이 믿었다면 당연히 정면돌파를 시도했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과거에도 국회에서 수적 우위를 이용해 병역기피,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등 수많은 비리와 연루된 사람을 아무 탈 없이 예정된 자리로 밀어붙인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도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누리고 있는 그들이 꼬리를 내린 데는 국민의 감정이 워낙 나빠졌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 놓고서 뭐 여론재판이니 마녀사냥이니 하는 엉뚱한 말을 늘어놓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일을 통해 왜 (MB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언론장악을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지 그 이유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KBS는 정권의 나팔수들이 계속 장악해 오면서 제 입맛대로 조직을 주물러 왔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KBS는 이제 완전 평정되어 정권의 나팔수로 영원한 충성을 다짐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장 한 명이 떠나가니 서슴없이 반란모드로 돌아선 것입니다.
단 일초라도 숨쉴 틈을 주지 말고 철저히 장악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물밀듯 밀어닥칠 것이 뻔합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녁 9시에 KBS 뉴스를 보기가 싫었습니다. 공영방송이 추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KBS 뉴스를 자주 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말씀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요?
그런데 이 짧은 '여의도의 봄'이 그야말로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곧 새 KBS 사장이 임명될 것이고 그는 전임자보다 몇 배나 더 충성스런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니까요.
이번 사태는 어떤 무리수를 동원하더라도 그런 사람을 사장으로 앉혀야 하겠다는 집권세력의 의지를 철석같이 굳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 테니까요. 불행하게도 내 예상이 한치의 틀림도 없이 그대로 들어맞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사태는 집권세력의 자충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자기 입맛에만 맞는 사람을 골라 쓰는 버릇이 잘못된 사람을 선택하는 결과를 빚었고, 그 결과 우리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던 것입니다.
그 잘못에 대한 뼈저린 반성 없이 모든 걸 남의 탓으로 돌리는 구태를 반복한다면 우리 사회는 당분간 '희망 제로'의 암담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 출처 : http://jkl123.com/sub5_1.htm?table=board1&st=view&page=1&id=16427&limit=&keykind=&keyword=&bo_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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