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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대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부상, 칼럼 등..

가을의 멋, 산길 달리기

by hoyangi 2009. 11. 11.

가을의 멋, 산길 달리기 - 이동윤, 2009-11-09 오후 5:39:01

요즘은 우리 나라에도 산길 달리기 인구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산악 달리기 매니아들은 달리기와 도로 및 산악 자전거, 그리고 등산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산길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된다. 먼저 달리기 인구가 늘면서 마라톤 대회 참가자가 많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도전적인 주자들이 많아지면서 울트라 주자와 산길 달리기 주자들이 생겨나게 된다. 도로 사이클 인구가 늘면서 산악 사이클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단체 라이딩보다 혼자만의 산악 운동을 좋아하거나 등산보다 더 다양하고 활동적인 운동을 산에서 찾는 사람들이 산길 달리기로 전향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일반인들의 마라톤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던 1990년대 초에 벌써 산악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었으나 산길 달리기에 대한 이해 부족과 등산로를 파괴한다는 환경론자들의 논리적이지 못한 반대로 인해 계속 이어지지 못하다가 최근에 다시 산악 마라톤 대회와 산길 달리기에 대한 이해가 증가하면서 점진적으로 산길 달리기를 즐기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쉽게도 정확한 증가율이나 동호인들의 수는 알려진 것이 없다.

산길 달리기와 평지 달리기는 산악 자전거와 도로 자전거, 스포츠 등반과 일반 등산의 차이와 같다. 평지 달리기는 도시라는 잘 다듬어진 도로 위에서 속도와 거리, 그리고 시간이라는 계량화된 수단을 통해 달린 거리와 소비한 에너지 등의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자신의 생명을 가진 자연 그대로의 세상과 교류하는 산길 달리기는 달린 시간 외에는 속도나 거리를 알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운동이지만 감성적이고 영적인 내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모험적이고 도전적이며, 다양하고 흥분되고 자극적인 신체 활동이다.

산길을 여유롭게 걷는 여가형 등산가들에게는 숨을 헐떡이며 비포장 좁은 오르막 산길을 달려 오르는 사람들의 온 몸에 꽉 찬 긴장감이 마음에 들지 않을지 모르지만, 가슴이 터질 듯 헐떡거림과 팽팽한 온몸의 긴장감을 즐기는 산길 달리기 매니아들에게는 오히려 그런 여유로운 보행자들의 단조로움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남산,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 등등 낮은 산이나 깊은 산이나 산길은 달리는 주로의 한 변형일 뿐 그냥 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달릴 수 있는 길이 있는 하나의 즐거운 달리기 훈련장일 뿐이다.

산길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해야 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산길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지금 달리려는 길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지형을 잘 모르면 잘 아는 사람과 함께 하거나 지도와 나침반, 휴대전화와 호르라기 정도는 배낭에 들어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산길 달리기에 적합한 트레일화를 신어야 한다.
울퉁불퉁 고르지도 않고 나무뿌리와 돌, 바위 등 다양한 재질로 구성된 산길에서 달리기 위해서는 관절의 안정성과 완벽성이 부상예방에 결정적이다. 반면에 산길 달리기는 다리와 발, 무릎과 발목 관절의 모든 근육과 인대, 힘줄과 뼈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특히 무릎 외측의 안정성과 발의 협응력의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다양한 스트레스 때문에 산길 달리기에서는 전문 트레일화를 신는 것이 좋은 이유는 산길에는 충격흡수력보다 오히려 관절의 안정성 확보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트레일 화는 가볍지만 외측 안정성이 강화되어 발과 발목을 더 편하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일반 조깅화에 비해 중창이 더 딱딱하여 깊게 들어앉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이 평탄하지 않는 계곡길에서 발목이 노는 것을 막아서 발목의 안정성을 보강하고, 외측지지와 유연성을 더 강화시켜 발에 더 단단하게 착 달라붙어 편한 느낌이 든다. 또 트레일 화는 일반 조깅화에 비해 더 넓고 묵직한 착지 형태를 취하게 하여 진흙, 눈, 얼음, 바위, 초원이나 풀밭같은 비정형적인 지표면에 대한 접착력을 향상시키고, 윗덮개를 강화하여 돌이나 나무 조각같은 잡동사니들이 신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달리는 중에 날카로운 물건들에 찔리거나 발가락의 쓸림을 방지하게 하는 발가락 완충장치의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물과 에너지 보충제를 준비해야 한다.
산이 높을 수록 공기가 건조해서 탈수가 쉽고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10km 이상의 산길을 달릴 때는 필히 물병을 휴대하고 있어야 한다. 또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산속에서는 예상외의 일로 예상외의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겔같은 탄수화물 보충식도 충분히 가지고 가야 달리기에 집중하여 잘 달릴 수 있다.

산길 달리기의 기본 물품은 충전이 잘된 휴대전화, 에너지겔, 그리고 물병, 지도이며, 이들을 함께 넣을 수 있는 벨트색을 사용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또한 너무 높은 산은 기온이나 날씨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는 방수가능한 쟈켓과 모자가 필수적인 준비물에 포함된다. 산길 달리기의 위험 중의 하나는 달리다가 자칫 나뭇가지나 줄기나 잎 등을 미처 피하지 못해 눈을 다칠 수 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이런 부상에서 눈을 보호할 수 있는데, 산속에서는 검은 색 계통보다는 노랑이나 오렌지색 계통이 시야확보에 더 좋다. 산길 달리기에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하지만, 너무 두껍게 바르면 땀구멍을 막아 체온조절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산길 달리기는 평지 달리기와 관련된 근육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든 근육과 인대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한번 부상을 당하면 훨씬 심각한 수준의 부상을 입게 되기 때문에 자세가 아주 중요해진다. 산길 달리기에서 유의해야 할 자세들을 정리해본다.

1.오르막은 똑바로 서서 달린다.
오르막 달리기에서 출발 시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이 좁은 길에 막힌 사람들을 피해 빨리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를 쓰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조금 속도를 줄여 천천히 달리며 길이 자연스럽게 뚫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처음에 빨리 앞으로 나가려고 안달을 하다가는 호흡이 빨라지고,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면서 곧 피로하게 만든다.

오르막 달리기는 머리와 가슴을 앞으로 내밀어 똑바로 세운 상태에서 우선 짧고 빠른 스텝으로 달리거나 파워워킹이 도움이 된다. 산악 자전거의 기어를 변속하는 것처럼 보폭을 좁히는 것이 기어를 올리는 역할을 하여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면서 언덕을 쉽게 달려 오를 수 있게 된다. 달리기 자세는 산길 달리기도 평지 달리기와 같이 상체를 지면에 수직이 되게 유지해야 한다. 특히 오르막을 올라갈 때는 지칠 수 있지만, 추진력을 얻기 위해 앞으로 허리를 굽히면 팔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흉곽과 복부의 확장이 지장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폐의 확장과 수축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여 산소의 공급과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감소하게 된다.

오르막 달리기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을 발끝이 아니라 언덕 꼭대기나 서너 발자국 앞의 수 미터 전방에 두고 팔치기를 최대로 크게 하면 추진력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숨을 헐떡거리게 되면 속도를 줄이고 팔치기의 크기도 조금 줄이는데, 필요하면 걸어도 되지만 자세는 똑바로 세워야 한다.

2.보폭은 좁게 하고 발 전체로 착지한다.
평지에서 달릴 때처럼 발가락으로 지면을 밀게 되면 종아리 근육들이 망가지게 되고, 장애물이 나오면 뛰어 넘고, 안정되지 못한 바위나 나무뿌리라도 밟게 되면 근육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
산길을 달릴 때는 평지 달릴 때보다 팔은 조금 더 넓게 벌리는 것이 균형잡기에 좋다. 착지시의 바위와 나무뿌리, 자갈, 혹은 나무잎 더미 등을 확인하거나 혹은 갑작스런 장애물을 깡충 뛰어 피하기 위해 보폭은 평지보다 조금 좁아야, 발은 더 높이 들어야 한다.
시선은 다음 발을 놓을 지점에 집중하기 때문에 바로 지나치면서 주위 상황은 알 수가 있지만, 멀리 둘러보거나 경치를 구경하려면 걷거나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 달릴 때의 시선은 약 1m 정도 전방을 바라보며 서너 발자국을 디딜 지점을 확인하다 보면 그 순간 순간에 집중하기 때문에 시간이 얼른 지나며, 이것이 산길 달리기의 하나의 즐거움이다.
길의 커브를 돌 때는 회전하면서 속도를 확 올려 달리는 느낌도 산길 달리기의 재미를 더해 준다. 이렇게 힘을 빼고 발길 닿는 지점에 집중하여 달리다 보면 곧 가벼운 발걸음의 달리기 리듬을 찾게 되고, 넘어지지 않으면서도 민첩하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달리기 자체가 마치 달걀 위를 디디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리는 한바탕 즐거운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원인에서든지 달리기가 즐겁지 않으면 그 날은 산길 달리기를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몸이 굳어지고 그에 따라 부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3.내리막에서는 힘을 빼야 한다.
내리막을 달릴 때는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여 무게 중심이 약간 앞쪽에 걸리게 하고 팔을 넓게 벌리되 팔치기를 하지말고 중심잡기에 적절한 정도만 움직이며, 발목과 무릎 등 온몸에 완전히 힘을 뺀 상태(이 자세가 되면 저절로 몸이 앞으로 굴러가는 느낌이 든다!)에서 양발이 뒤꿈치로 완전히 지면에 착지하는 않고 뒤꿈치를 끄는 느낌으로 발의 볼부위를 이용하여 보폭을 좁고(올라갈 때 보다는 조금 더 크게 되겠지만) 빠르게 지면을 스치듯 옮기는 것에 집중하면 금방 내리막이 끝나게 된다.
팔을 휘두르거나 옆으로 흔들며 조금씩 날아가듯 나가거나 브레이크를 거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자칫 중심을 잃게 되면 회전 활강하는 스키어처럼 좌우로 나뒹굴게 되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상체를 뒤로 제끼거나 뒤꿈치로 지면을 찍는 것은 중심이동을 방해하여 부상을 입게 되기 때문에 가볍고 빠르게 지면을 착지한다.

4. 거리보다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평탄하지도 않고 바위와 자갈, 진흙과 나무뿌리 등의 거친 계곡과 언덕은 우리가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는 시간당 5~6km, 경험자는 시간당 8~10km 정도의 거리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산길 달리기는 시간보다 거리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산길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첫 주에는 하루만, 한번에 1km 정도를 달리고, 매주 1km씩 증가시키면 적당하다. 산길 달리기는 평지와 같은 속도를 목표로 하면 당연히 안되며, 호흡으로 느끼는 체감 강도만 평지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속도를 찾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이 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러닝 라이프 11월호 원고임)